시와 감상

만두를 먹다가 [손한옥]

JOOFEM 2018. 12. 26. 08:19











만두를 먹다가 [손한옥]






 
  대책없이 속이 터지는 건 순전히 껍질을 만든 손 탓이지

만두 탓인가
  어디 만두 뿐인가 옹졸한 속알 보이지 않고 꾹꾹 잘 눌러

져 단단하게 여며지고 싶지

  60여년 잘 다독이며 살다 가신
  울 엄니 아버지 사랑법 처럼 말이지
  하기사 울 아버지 외동손에 아들 다섯 딸 셋 키우시는 엄

마가 고맙고 생감스러워 무얼 마다 하셨을까 사랑은 이런

거다 보여주며 살아가신 아버지 사랑법 바라보며 내 사랑도 그

리 살뜰히 살겠다 맘먹고 맘먹었지

  간갈치 한 꾸러미 사들고 너울너울 흰 두루막 물결처럼 

펄럭이며 다죽강 건너는 길
  자갈도 뜨거운 땅에서 뽑은 피리꽃
  쪼대흙 한 줌으로 뭉쳐 들고 오셔서 엄마에게 드리던 너

털웃음
  단 한 번도 속 터지지 않는 그런 사랑

  그리 보고 배웠는데 쌈닭 나는 닭이 되고 말았다
  할퀴어야 살고 쪼아야 먹고 살지만
  새도 아닌 시원찮은 날개로
  닭 벼슬도 벼슬이라고 부리 위에 생뚱맞아
  차라리 붉디붉은 맨드라미나 되지
  불안정한 발걸음 뒤뚱이느 폼새라니
  쌈도 쌈 같지 않아 용맹도 없고
  앞도 뒤도 없이 뒤숭숭 질정 없어
  지상가상 분별없어
  구업만 쌓아가는 쌈닭 그래도 자칭 영웅이다

  안보이면 서로 앞뜰 뒷뜰 들쑤시고
  보이면 너 오늘 잘 만났다 전전생부터 웬수인 듯 퍼덕거

리는 날개
  불붙은 관솔이다

  오늘 먹는 만두
  먹는 것마다 사정없이 터지고
  여전히 나는
  만두 탓이 아니다 아니다 말하고,

    
                   - 그렇다고 어머니를 쇼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달아실, 2018







* 어릴 때는 집에서 만두를 참 많이 빚어먹었다.

어머니가 빚는 동안 한 솥 끓여놓으면 삼부자가 금방 해치우고 또 한솥 끓이면 해치우고

세 솥은 끓여야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려고 인사동 경인미술관 앞 개성만두집에서 만두를 먹는다.

워낙 유명한 집이어서 줄 서서 먹는 집이다.

어린, 우리 형제도 대강 만두를 빚어보지만 속 터지는 일이 다반사.

하지만 속 터져도 오히려 국물의 풍미를 더하여 주니 괜찮다.

속 터져도 맛있게 먹으면 그것 또한 사랑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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