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빨랫줄 [박서영]
누추한 속옷 내걸린 목련나무 빨랫줄
꽃이 어느 시간 속을 이동해 사라지는 것처럼
축축해진 옷을 입은 사람의 시간도 말라 간다
빨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받아먹는
야생 고양이 한 마리의 시간도.
-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걷는사람, 2019
* 천리안, 하이텔에 환호하고 싸이월드에 쏟았던 정열의 시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유한하고 정열의 시간도 어디론가 이동한다.
문득 다음,이라는 포털사이트도 언젠가 무용해져서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년동안 유지되었다고 해서 삼십년을 간다고 볼 수 없다.
축축함과 바짝마름이 평형을 이룰 때까지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살다가 이동한다.
누추하고 축축한 삶이라도 바짝 마를 때까지 환호하고 정열을 쏟으며
꽃을 기다리고 꽃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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