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목련나무 빨랫줄 [박서영]

JOOFEM 2019. 3. 1. 11:34







목련나무 빨랫줄 [박서영]





누추한 속옷 내걸린 목련나무 빨랫줄

꽃이 어느 시간 속을 이동해 사라지는 것처럼

축축해진 옷을 입은 사람의 시간도 말라 간다

빨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받아먹는

야생 고양이 한 마리의 시간도.


                  -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걷는사람, 2019






* 천리안, 하이텔에 환호하고 싸이월드에 쏟았던 정열의 시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유한하고 정열의 시간도 어디론가 이동한다.

문득 다음,이라는 포털사이트도 언젠가 무용해져서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년동안 유지되었다고 해서 삼십년을 간다고 볼 수 없다.

축축함과 바짝마름이 평형을 이룰 때까지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살다가 이동한다.

누추하고 축축한 삶이라도 바짝 마를 때까지 환호하고 정열을 쏟으며

꽃을 기다리고 꽃을 바라보자.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經)을 먹는 개 [이용한]  (0) 2019.03.11
안락사 [권민경]  (0) 2019.03.05
홀수의 방 [박서영]  (0) 2019.03.01
집 [이선영]  (0) 2019.02.21
물고기와 나 [곽재구]  (0) 201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