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이, 니아까 [윤관영]

JOOFEM 2025. 7. 15. 12:16

 

 

 

 

 

어이, 니아까 [윤관영]

 

 

 

 

  600원짜리 졸업앨범은 신청도 못했다 졸업반 수학여행은 꿈도 못 꿨다 중

학교 입학하는 건 언감생심

 

  우리가 불우이웃야! 저녁상 자리에서 이웃돕기 성금을 달랬다가 엄마한테

들은 핀잔이었다

 

  사춘기 나부랭이는 안드로메다은하로 보냈다 열여섯에 공구상가 대흥상회

꼬마야!가 되었고 부모의 후견동의서를 받아도 나이가 덜 찼던 탓에 소사 국

제전광사에 애먼 동네형 이름을 꾸어 취직했다 종당에 나는 어이, 니아까!

가 되었다

 

  부평 깡시장은 내 나와바리였다 리어커꾼이 되어 부리나케 채소를 날랐다

어이, 니아까!

 

  거울 볼 틈조차 없던 사춘기는 챙피 따윌 느낄 겨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깡시장에서 깡시장으로 옮기면 150원 부평시장 가게까지 옮기면 300원, 새벽

에 일어나 네 시간만 부산을 떨면 공장 일당을 훌쩍 넘기는 쇠푼이 주머니에

서 짤랑거렸다 리어카 손잡이를 주린 뱃구레로 밀어댄, 엉덩이가 우거지빛에

물든 내 청춘의 젖은 팬티

 

  어이, 니아까!

 

  니아까에 싣고 넘은 사춘기, 짐바리가 끝나면 전철에 기대 종로2가 학원 골

목으로 향했다 앞니로 침을 틱틱 쏘며 눈시울을 부시면서 교복들 틈에 끼었다

제일학원, 경복학원, YMCA 학원을 단과로 수강했다 2달 완성 공통수학과 수

1은 건너기 부친 진흙구렁 같았다 과락科落이 있는 검정고시는 내게 고등고시

같았다 흰 카라를 댄 엘리트 교복 호크를 콕 채워보고 싶었던 머리만 길었던

장발의 어이, 니아까!

 

  야채가 녹아내려 늘 질척질척했던 내 나와바리 부평 깡시장! 니아까요, 니야

까! 야채더미와 인파 사이를 곡예하듯 리어카를 몰았다 여드름을 대신한 땀

방울의 사춘기가 깡시장을 적시며 리어카 바퀴살을 굴렸다

 

  너무나 느지막이 불러낸 부평 깡시장의 어이, 니아까!

  어이 니아까!를 굽어본다 나는 어린 니아까에게 보리냉차 한잔과 마른수건

을 건넨다 주린 배로 니아까를 끌고 국수 니아까를 모르쇠 지나치던 어이 니

아까, 잔치국수 한 대접 내어놓는다

 

 

                 - 제 16회 '시와세계작품상'중에서 그 1편

 

 

 

 

 

 

* 부끄럽고 슬픈, 가난했던 과거를 세월이 한참 지나서야 어린 소년에게

보리냉차 한잔을 건네는군요.

대다수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넘어 대한민국이 시도 쓰고 시도 읽으면서

부자나라가 되어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았던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축약하고 축약해서 시 한편으로써

우리가 우리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네요.

 

시와세계작품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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