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길에서 [김완하]
숲길에 화살나무는 한결 순해졌다
무수히 꽃을 비워낸 벚나무도 이제
푸름의 경쟁에 한껏 몰두한다
숲은 초록빛 하나로 이 세상을 평정한다
남천의 가벼운 가지 흔들림이
공중 위로 부상하며 허공을 빗질한다
가는 줄기에 성긴 꽃송이 사이로 뜨는 잎
이제 남천은 바라볼수록 정겨웁다
그늘진 속에서 웃자란 감나무 가지는
작은 열매도 매달지 않았다
산딸나무는 제 꽃의 계절이 와서
네 개의 꽃잎을 사방으로 펼쳐내
대지의 향방을 중심으로 당기고 있다
숲에 나무들은 화살나무 칼날도 품고
풀밭의 방가지똥 잎 톱니의
날카로움도 꺼려하지 않는다
그윽하게 하나로 이어 숲을 이루었다
뽀리뱅이의 노오란 꽃잎은 어느새
나무들과 어울려 더 큰 숲이 되었다
풀밭은 이고들빼기에게도 역할을 내주며
자잘한 꽃잎의 조화로
숲의 축제를 펼치고 있다
- 시와세계, 2025 여름호
* 한때 섬제비꽃이 예뻐보여서 캐다가 베란다에서 숲을 이루며 꽃구경을 십여년 했던 것 같다.
또 한때 뽀리뱅이가 너무 예뻐서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 와서 베란다에다 뿌려 한 삼년 꽃구경을 했다.
역시나 야생의 식물을 꾸준히 키우기는 쉽지 않은 걸까.
해마다 꽃을 피우길래 천년만년 나를 즐겁게 해줄 것 같았는데 훌훌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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