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 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당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단한 삶에 지치고 상한 영혼들, 수많다.
치료받아야 되고 치유해야할 이, 수많다.
누가 이 캄캄한 밤에 나의 손 마주 잡아줄까?
하늘의 신일까?
아니면 나의 어머니일까?
혹은 내 속의 나일까?
신에게 귀의한 사람에겐 신일거고
대부분의 사람은 어머니와 내 속의 나일 게다.
그런데 결국은 내 속의 나는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어머니, 저를 치유케 해주세요. 세상이 너무 캄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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