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인에게 [고형렬]
실바람 속
원주산간 이른 아침
어느
칼로 판 나무구멍밑에
한줄기 소리,
왜앵~
빛비늘 튀는 일진광풍
숲그늘을 흔들고
하늘을 휘감아 친다
아, 삼각끈 단숨에 묶자
일순에 풀어버리면
밀원은
종일,
나뭇잎에 벌레도 심심한
바람부채너울너울
가물어도
온 하늘 저물기 전
귀청에 점점 박히는
날갯울음소리,
찢어지는 자취를 감추면
한구멍의
저녁은 일체함구로 뚜욱
끊어진 목조의 고요
해가 진 이 원주 세상끝
어느 꽃이 핀다 해도
신령한 일과가 끝났다 하리
* 어느덧 한해의 대부분이 지나가고 벌써 11월의 마지막 주말이 되었습니다.
마치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발을 씻는 시간과도 같습니다. 치열했던 삶의 하루하루가
이렇듯 되돌아보는 시간과 만나고 있군요. 올 한해 얼마나 잘 살았던가요?
발을 씻으며 신령한 일과, 물 뒤척이듯 되돌아 봅시다.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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