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메아리[최하림]

JOOFEM 2006. 2. 7. 13:13

 

 

 

메아리[최하림]

 

 

 

 

 

오래된 우물에 갔었지요 갈대숲에 가려 수시간을 헤

맨 끝에 간신히 바위 아래 숨은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장로들의 말씀으로는 성호 이익(星湖李瀷) 선생

께서 파셨다고도 하고 성호 문하에서 파셨다고도 하고

그보다 오래 전 사람들이 파셨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려

면 어떻겠습니까마는 좌우지간 예사 우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벌컥벌컥 물을

마신 다음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 있는 것

이냐*고 가만히 물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 이유라

도......

 

 

하고 메아리가 일었습니다 그와 함께 수면이 산산조각

깨어지고 얼굴이 달아났습니다 나는 놀래어 일어났지

만 수면은 계속 파장을 일으키며 공중으로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 메아리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거다.

  메아리가 없다는 것은 살아있는것이 아니라는거다.

  주고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야할 근사한 이유다.

  누군가에게 주면 받기도 해야 하며

  누군가에게 받으면 주기도 해야 한다.

  메아리없는 적막을 만들지 말라.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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