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대가리[송예경]
뽈록 빠져 나올 것 같은
그 눈알맹이,눈알맹이,눈알맹이......
잘린 모가지,닭대가리들만 모였다.
붉은 물 우러나
둥둥 떠
빙빙 돌며
거품 안고 익고 있는
진저리나는 대가리들 눈알맹이들.
남비 하나 가득 넘쳐
꼬꼬댁 비명 소리가
바라보고 있는, 나의 귀에
결사적으로 매달리다.
너희에겐 잘못이 없다.
모가지 없는 대가리들만 모아 와서
끓는 물 속에
아우성치게 만든 내 탓이지.
분노와 고통이 불어터져
둥둥 뜬 노오란 기름
제 속에 스며들고
다시 뜨고.
골마저 빠져 나와
뼈 사이
허옇게 삐적이어 있다.
* 송시인은 왜 닭대가리란 시를 썼을까.
머리의 비속어로서 대가리는 뭔가를 폄하하는 인상을 준다.
모가지 없는 대가리라고 하니
모가지란 대가리와 몸통을 연결해 주는 아주 중요한 부위가 아닌가.
그런데 모가지 없는 대가리가 모아져서 아우성을 치니
몸통이 분노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쯧쯧 모가지를 잘 붙여 놓았어야 하는데
모가지 없는 대가리를 끓이고 앉았으니
이런 걸 무슨 현상이라 해야 되는고.
녜, 보기드문 현상인거죠.
대가리를 아우성치게 만든 게 내 탓이라고 하니
다음 번에는 아우성치지 않게 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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