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강물재판[최정란]

JOOFEM 2007. 5. 18. 21:47

 

 

 

 

 

 

 

 

 

강물재판[최정란]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살인사건이 있고 일 년이 지나면

범인을 강물에 들어가게 한다

슬픔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 가족은

그를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깊이 밀어

넣을 수도 있고

그를 용서하고 물 밖으로 나오게 할 수도

있다

그를 죽게 내버려두면 평생을 슬픔 속에

살게 되고

그를 용서하면 행복이 온다

낮꿈에도 가위눌려

허우적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않은 것일까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

사소한 일상의 재판으로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가두는 판결을 내렸던가

 

 

 

 

 

* 재판 혹은 판결. 도대체 누가 누구를 재판하고 판결할 수 있나.

  무릇 인간은 평생 자기중심으로 재판과 판결을 거듭한다.

  시냇물일 때는 자기중심적일 수 있겠지만

  강물정도만 되어도 덕스러움이 차고 넘치게 된다.

  하물며 넓은 바다에서는 재판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판결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저항이 없는 물줄기는  강심에 있듯이

  세상 모든 흐름속에 강심같은 덕스러움으로 살아야 할테다.

 

  오늘 오른 산이름이 광덕산.

  넓은 덕스러움이 있는 산이라는 뜻일까.

  산을 오르고 내릴 때 무념무상에 빠져

  아무것도 재판하거나 판결할 일 없어서 좋다.

  산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와 몇마리의 마른 멸치는 나의 사념을 멈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