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얼음 풀린 봄 강물-섬진마을에서[곽재구]

JOOFEM 2007. 5. 11. 19:50

 

 

 

 

얼음 풀린 봄 강물-섬진마을에서[곽재구]

 

 

 

 

 

 

당신이
물안개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밥 짓는 연기가 좋다고
대답했지요

당신이
산당화꽃이 곱다고 얘기했을 때
나는 수선화꽃이 그립다고
딴말했지요

당신이
얼음 풀린 봄 강물
보고 싶다 말했을 때는
산그늘 쭉 돌아앉아
오리숲 밖 개똥지빠귀 울음소리나
들으라지 했지요

얼음 풀린 봄 강물
마실 나가고 싶었지마는
얼음 풀린 봄 강물
청매화향 물살 따라 푸르겠지만.

 

 

 

 

 

* 오해와 진실.

  사람은 누구나 오해를 하게 되고 진실된 마음을 읽지 못할 때가 있다.

  마음을 열고 보여줄 방법이 없지만

  언어는 마음의 창과 같아서

  대화를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얼었던 마음이 녹기까지

  한 철을 보내야 하고 그러고도 오해가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되어요.

  라고 말했는데

  그래, 그게 네가 그랬잖아

  라고 영 딴 말만 하면서

  끝내 내 너를 사랑했어,라고 말하지 않는

  그래서 얼음 풀린 봄 강물처럼 흘러흘러 푸르딩딩

  초록강물이 되어 버린다.

  먼 훗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 스치듯 지나가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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