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우두커니,슬픔[김은숙]

JOOFEM 2007. 8. 28. 13:18

                                                                                          영화 '빈 집'의 한 장면

 

 

 

 

 

 

우두커니,슬픔[김은숙]

 

 

 

 

내려놓지 못하는 슬픔도 있다

저만큼에 늘

우두커니 늘

슬픔, 깊다

 

 

소복하게 쌓이는 고요의 지층 날로 두터워도

바닥에서부터 기어이 엄습해오는

도저한 슬픔

모든 물기 비워낸 마음의 빈 집에

어느새 저 홀로 고여 넘실대는

우두커니, 슬픔

 

 

 

 

 

 

* 김기덕감독의 영화는 대개 독특하다.

  '빈 집'도 많은 생각을 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 속에 다녀가는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우리의 마음 속에 우두커니, 슬픔이 도사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녀가고 우리의 빈 마음을 무언가로 꽉 채워준다면......

  집이라는 공간은 반드시 소유주와 소유주와 관계된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소유주는 아니지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도 있는 게다.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이 지금은 내 마음에 거하는 바람이 있다는 게다.

  하나,둘,셋,넷..... 바람을 세고 앉아 있는 이것은 슬픔인가 기쁨인가.

  우두커니, 그냥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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