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껍질[정진규]

JOOFEM 2007. 9. 5. 13:05

 

 

 

 

 

 

껍질[정진규]

 

 

 

 

어머니로부터 빠듯이 세상에 밀려 나온 나는 또 한번

나를 내 몸으로 세상 밖 저쪽으로 그렇게 밀어내고 싶

다 그렇게 나가서 저 언덕을 아득히 걸어가는 키 큰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 어머니가 그러셨듯 손 속에서 손

을, 팔다리 속에서 팔다리를, 몸통 속에서 몸통을, 머리

털 속에서는 머리털까지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빼곡

하게 꺼내어서 그리로 보내고 싶다 온전한 껍질이고 싶

다 준비 중이다 확인 중이다 나의 구멍은 어디인가 나

갈 구멍을 찾고 있다 쉽지 않구나 어디인가 빠듯한 틈

이여! 내 껍질이 이다음 강원도 정선 어디쯤서 낡은 빨

래로 비를 맞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햇살 쨍쨍한 날 보송

보송 잘 말라주기를 바란다 흔한 매미 껍질같이는 싫다

그건 너무 낡은 슬픔이지 않느냐

 

 

 

 

 

 

* 어머니로부터 빠듯한 틈을 밀쳐내고 나올 때 느낀 압출진통을

  살면서 한번 더 숨막히게 느끼는구나.

  나갈 구멍은 어디인가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환골탈태할 세상 밖이 보이지 않는구나.

  낡은 껍질을 두른 채

  신발만 신었다,벗었다 진통 아닌 고통을 느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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