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이다 [신지혜]
나는 물이다
일없이 서성이던 바람에 묻어 유랑하던 한 방울,
저 우주 변방을 돌고 와, 지친 몸
강물위에 눕힌다 부서진 살과 뼈의 와해도 없이
헤어질 듯 또다시 껴안는다
처연히 바다로 간다
일렁이는 바다에 누워 죽은 듯 잠 한번 자고
소금 묻은 바람과 한 겹 세상을 벗는다
끝없는 하늘,
또 그 위에 얹힌 하늘의
덜컹이는 문들 밖으로 나아가 허공을
유영하다 또다시 한 방울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된다
증발해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물의 씨앗들,
무색의 공기 속에도 지구를 꿰뚫는 흙의 뼈속에도
이 생과 저 생에도 끊기지 않는 목숨,
나는 오직 물일뿐이다
* 올해는 유난히 많은 비가 자주 온다.
예년처럼 물난리가 나지는 않아서 좋지만 자주 온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고도 한다.
그것은 과학자들의 몫이므로 정말로 아열대라고 확정될 때까지
비가 자주 온다고만 말해야겠다.
메이드인차이나 우산이 몇개째 고장나고 부러진다.
정말 아열대로 바뀔지도 모르므로 메이드인코리아로 새로 장만해야 할 테다.
물이 하나의 자원이어서 물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텐데
아열대가 되어 물이 흔해진다면 그것도 반가운 일이고
농사도 두번 짓는다면 그것도 반가운일이고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린다면 그것도 반가운 일이다.
꼭, 내가 에어컨 만드는 회사에 근무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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