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말조심에 대하여[오승강]

JOOFEM 2007. 9. 27. 13:03

    박순철

 

 

 

 

 

 

말조심에 대하여[오승강]

 

 

 

 

나는 말하기가 두려워졌다

말 한마디로 절교를 당한 뒤로는

겨울이 되어도 춥다고 말하지 않는다

결코 더워도 덥다고 말하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서도

어떻게 말할까고 더듬거리고

잘못이나 있는 듯 풀이 죽는다

그러는 나를 친구들은

건방지다고

무슨 유세나 진 듯 하다고

하나 둘 나를 떠나가고

마침내 식구들에게도 따돌려

방 한칸을 따로 쓰게 되었다

이 나이에 아무에게나

내 이 고통을 말할 수 없고

자꾸 더듬거리기만 하는 입술

나는 이제 말하기가 두려워졌다.

 

 

 

 

 

 

 

* 말 한마디가 주는 상처는 아주 깊다.

  아마도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모처럼 모였는데 무의식에 쌓여 있던 해묵은 감정을

  가벼운 말 한마디에 담아 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을지도 모른다.

  가족간에도 따돌려지고 소외되어질 때 그 상처 또한 아주 깊다.

  상처가 전혀 없었던 유쾌한 추석들이 되었기를 바라며

  그래서 가족중에는 적어도 한두명의 개그맨이 있어야 모임이 즐거워진다.

 

  시인 오승강은 말 한마디의 상처가 아주 깊었는지

  '귀농'이라는 시를 마지막편에 올리고 진짜 귀농을 해버렸다.

  지금도 더듬거리며 말하기가 두려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의 초등학교 제자들이 블로그에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걸 보면

  좋은 선생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