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의자/가을 길 [조병화]

JOOFEM 2007. 9. 28. 19:10
 
                                                                 그 유명한 유상의 벤치
 
 
의자 [조병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가을 길[조병화]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 따라 오라고
아직, 하늘을 열어놓고 있구나
 
 
 
 
* 국어 교과서를 통해 만난 시인 조병화.
  장인어른보다 경성사범 칠년 선배였던 조병화님은 그야말로 만능인이었다.
  럭비선수도 했고 물리선생님이었지만 시와 그림에도 능하신 분이셨다.
  세어보진 않았어도 시인중에 다작하신 측에 꼽힐 게다.
  가을이 되어 하늘에 조각구름이 떠 다니는 걸 보면 아직도 하늘에서
  다작을 하고 계신 게다.
  가을길에 의자 하나 놓아드리고 쉬어가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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