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사랑의 거처[김선우]

JOOFEM 2007. 10. 9. 22:52

 

 

 

 

사랑의 거처[김선우]

 

 

 

 

 

말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이 나무도 생각이 있어
여기 이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장자」 인간세편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 때로 인생은 폐허가 된 텅 빈 집이 된다.

  내 영혼이 머물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더욱 쓸슬해진다.

  예전에 행복했고 밥냄새나던 기억을 어루만지며

  아무 말없이 눈물 훔친다.

  그게 인생이라고 했다.

 

  가을이 정말 가을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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