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자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 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이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 밥을 먹는 곳, 아니 사랑을 하는 곳,
사랑하는 사이라야 함께 밥을 먹으니 식당은 성스러운 곳.
그 곳에서 내가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니 이 의자는 내 여자인가?
내 여자는 속을 다 파내고 편안한 의자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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