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새벽 네시

JOOFEM 2008. 1. 15. 13:20

 

 

 

 

 

 

 

새벽 네 시[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

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삼십대를 위한 시간.

 

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

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그리고-우리-뒤에-아무것도-남지 않을 시간.

 

공허한 시간.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

 

새벽 네 시에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네 시가 개미들에게 유쾌한 시간이라면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자, 다섯 시여 어서 오라.

만일 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면

 

 

 

 

 

 

 

 

 

* 새벽 다섯시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으므로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 새벽 네시이다.

  비몽사몽에서, 맞추어진 자명종소리를 듣는다면

  새벽은 올 것이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적막강산이라면

  인생의 가장 바닥에서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저 시간을 죽이고야 말테다.

  새벽 네시에 깨어있는 사람은

  소망을 품고 사는 사람일테니 정말 축복받는 사람이다.

  한때 아침형인간을 칭송하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성공을 꿈꾸는 이들은 모두가 이 아침형인간이다.

  불행히도 나는 아침형인간이 아니어서

  새벽 네시가 되면 깨어있을 수 없다.

  기분이 퍽 유쾌하지 않으므로

  지금까지 새벽 네시에 깨어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의 새벽을 깨우러 올까.

  기다림이 시작되는 새벽 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