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JOOFEM 2008. 1. 9. 23:36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者)가,

   지금(只今)까지, 없거던, 통지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山)모를 의지(依支)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데를,

   부르면서 나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者),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적은 시비(是非)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世上)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世上)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中)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膽)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처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 [소년](1908. 11) -

 

 

 

 

* 한국문학을 열어간 문학인으로는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들 수 있다.

   불행하게도 두사람 모두 친일행위를 했다 하여 지금까지 욕을 먹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운 바로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민족문화연구소장이었던 홍교수님의 소장실에서 대여섯명이 일제시대에서의 문학에 대해 배움을 얻었다.

   홍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숨겨진 진실을 얘기해 주셨다.

   육당과 춘원이 이중적인 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분명 문학을 통해 한국인의 얼을 지키고자 하였던 문인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육당의 경우도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분임에도 다른 행적들을 들어 친일로 치부되고 있다.

   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대외적으로는 친일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학도병으로 나가라고 청년들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도병으로 나가되 장교로 나가서

   장차 나라의 간성이 되어 나라를 되찾으라는 말을 틈틈이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청년들에게 피력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광수가 정말 친일행위를 했다면 평양의 이광수 묘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개의 시인들은 자연을 노래하는 척 하면서 한국인의 얼을 지키고자 하였다.

   거꾸로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 대해 감시하고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겼던 문건들을 통해

   두 문인이 친일이 아니라는 것과 한국문학의 효시를 열었음을 누군가가 연구하면 좋을 게다.

   해는 왜 해이며 소년은 왜 소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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