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즐거운 편지[황동규]

JOOFEM 2008. 1. 21. 21:38

 

 

 

 

 

 

즐거운 편지[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해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

이 퍼붓기 시작했다.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그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그 동안에 눈이 그

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나는 사랑의 단계를 넷으로 나눈다.

   like,believe,love,need의 네 단계로 말이다.

  그것이 조금씩 발전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내겐 이 첫번째 단계인 like의 단계에서

  즐거운 편지를 주고받은 여자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어디선가 지리선생님이 되어

  열심히 지리를 가르치고 있을 테다.

  한 이년동안 참 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교감하였다.

  친구는 나의 학과 사무실로, 나는 친구의 학과 사무실로

  정말 많이 주고받았다.

  편지를 받는 즐거움을 일깨워준 친구이다.

  아쉽게도 서로 마음을 몰라주고 그 다음 단계로 가지못해

  결국은 각기 제 갈 길로 갔지만

  멈추어진 그 때를 사랑한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I like you.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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