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방언하는 여자[김왕노]

JOOFEM 2008. 1. 26. 06:30

 

 

 

 

 

 

 

방언하는 여자[김왕노]

 

 

 

 

 

내가 한낮 속으로 걸어갈 때 내 안으로 들어와 내 양말을 빨래하는 여자 내 런닝구를 빨래하는 여자 내 팬티를 빨래하는 여자 빨래하다 하얗게 빨래되어 가는 여자 비누거품 하얗게 일어나는 여자

인사동 골목을 돌아갈 때 인사동 골목을 돌아 내 안으로 들어온 여자 내 시를 읽어주는 여자 내 운세를 읽어주는 여자 내 발자국을 읽어주는 여자 내 상처를 읽어주는 여자 내 상처 위에 눈물 떨구는 여자 내 상처 위에 스킨다비스 줄기 뻗어가게 하는 여자 나를 읽다 나에게 한 줄 두 줄 읽혀지는 여자 내 쓸쓸함에 밑줄 그어주는 여자

내가 저물어갈 때 내 안으로 저물어 온 여자 내 독을 대신 마셔주는 여자 내 안의 고통을 쓸고 닦아주는 여자 내 안으로 별을 불러준 여자 내 안에 환풍기를 돌려주는 여자 내 안의 앙금으로 수제비 떠는 여자 내가 미칠 때 함께 미쳐 지금은 방언하는 여자 울루루 빵까 빵까 콩멩 텡텡 윙윙 밍 탕 밍 탕 방언하는 여자

 

 

 

 

 

 

 

 

* 우랑바리 다라나 바로웅 무따라까 따라마까 뿌라냐

  같이 미쳐 방언하는 여자, 어딜 갔다 이제 왔어

  밍 탕 밍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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