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오빠[문정희]

JOOFEM 2008. 2. 1. 13:21
                                          오빠,라 불러주려고......
 
 
 
 
오빠[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도 제일 많이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 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 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의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면 휘파람을 불어주는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캐듯 캐내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 버렸다.
 
 
 
 

 

 

 
 
*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한 호칭으로 날 불러줄 여자는 없다.
   누군가 오라버니,라고 해서 놀라긴 했지만
   자지러질 만큼 상큼치 않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흥분이 되진 않는다.
   아뭏든 나에게 오빠라 불러줄 여자는 없어서
   어느 길에서든지 누가 내게 오빠, 하고 부르면
   틀림없이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자지러질 테다.
   휘파람을 불며 헌신한 적이 없는고로
   오빠라 불리우진 못하지만  
   오늘도 누군가 오빠,라고 불러주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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