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등불[김광림]

JOOFEM 2008. 3. 7. 20:58

                                                                                  걸인과 꽃[최치원]

 

 

 

 

 

등불[김광림]

 

 

 

 

 

小寒에서 大寒으로 치닫는 사이

新正과 舊正 사이

지난 해 크리스머스와 오는 復活節 사이

집과 집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를

한 乞人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크를 잊은 天使처럼

남루의 冠을 쓰고서

 

그가 자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먹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밤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가난한 窓가에 기대 서서

눈 부비며

잠시 聖經 한 귀절을

소리나지 않게 읽고 가는 일뿐이다.

 

 

 

 

 

 

 

 

*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걸인으로 분장을 하고 당신을 찾아간다면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을 텐가요.

게다가 마음의 꽃을 준비하고 당신에게 바치려 한다면

당신은 그 마음을 받아 주실 텐가요.

아무도 모르라고 조용히 와서 소리없이 시를 읽고 가는

여러분들을 당신은 사랑해 주실 테지요.

걸인의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 있을지라도.

서로 마음의 등불이 되어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