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인과 꽃[최치원]
등불[김광림]
小寒에서 大寒으로 치닫는 사이
新正과 舊正 사이
지난 해 크리스머스와 오는 復活節 사이
집과 집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를
한 乞人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크를 잊은 天使처럼
남루의 冠을 쓰고서
그가 자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먹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밤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가난한 窓가에 기대 서서
눈 부비며
잠시 聖經 한 귀절을
소리나지 않게 읽고 가는 일뿐이다.
*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걸인으로 분장을 하고 당신을 찾아간다면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을 텐가요.
게다가 마음의 꽃을 준비하고 당신에게 바치려 한다면
당신은 그 마음을 받아 주실 텐가요.
아무도 모르라고 조용히 와서 소리없이 시를 읽고 가는
여러분들을 당신은 사랑해 주실 테지요.
걸인의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 있을지라도.
서로 마음의 등불이 되어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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