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 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봄 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 언 강물은 모든 걸 용서하였습니다.
소리없이 찾아온 봄에게도 쑥덕거리며
용서해야 할 것을 용서하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용서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경직된 우리 마음을 풀어헤치고
용서합시다, 가고 없는 당신조차 용서합시다.
이젠 그냥 사랑합시다, 흐드러지게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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