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메콩의 코끼리 조련사[시바타 산키치]

JOOFEM 2008. 3. 5. 21:08
        * 거울속의 코끼리는 행복하다. 그러나 거울밖의 코끼리는 슬프다.
 
 

 

 

 

 

메콩의 코끼리 조련사[시바타 산키치]

 

 

 

 

 

 코끼리가 가끔 애잔하게 보이는 까닭은 저 작은 눈 탓이

다.

 커다란 몸을 채워 줄 빛을 모을 수 없는 눈.

 (코끼리 몸은 언제나 어둡다)

 코끼리 조련사 소년이 하듯 , 코끼리의 작은 눈에, 내 눈

을 맞추고 들여다 본다. 살아 있는 것의 끝자락, 거기는 생

의 어둠. 사람의 손톱 끝처럼,슬픔이 밀려 올라오는 장소

이다.

 코끼리 조련사들은 힘든 일을 한 후에, 강기슭 얕은 곳에

코끼리들을 모은다. 상처 난 등에 물을 듬뿍 뿌리고 석양을

발라 준다. 그러면, 내 어둠에도 희미한 빛이 비쳐 든다. 길

위에서 죽음의 수렁에 빠진 어린이들의 이마에도.

 메콩 강의 늙은 코끼리 조련사는 종려나무 잎으로, 딱딱

한 코끼리 엉덩이를 두드리며 힘차게 말한다.

 '세상'은 아주 심한 짝눈으로 내일을 향하려는 코끼리

같은거야. 이르는 곳마다 깊은 어둠이 이 지상엔 가득 차

있어.

 하지만 이봐, 희미하게 출구도 보이지 않나. 열렸다 오므

라들었다 하는 걸. 바늘구멍 같은 희망의 문이.

 

 

 

 

 

 

 

 

* 조련사가 꿈이었던 소년은,  코끼리를 정말 사랑해서

코끼리 조련사가 되었지만 코끼리는 어느 날 자기를 짓밟고

뭉게서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꿈이 짓밟혔으니 더는 살만한 '세상'이 아닌 까닭이다.

그럼에도 코끼리를 위해 물을 뿌려주고 희망을 보려 한다. 

코끼리의 작은 눈 속에 그 애잔함을, 소년은 아직도 사랑한다.

희망의 문틈에서, 

 

 

 

** 누군가 내게 물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 거냐고.

사랑하는 일이 너무 슬프고 힘들어서 다시는 태어나지 않겠노라고

답해 주었다. 정말이다. 애잔한 코끼리의 작은 눈을 사랑하지만

버림받는 일처럼 슬픈 일은 없으므로 다시는 아무 것으로도 태어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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