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나무[시바타 산키치]
-히로시마에서
그날, 사람의 손으로
거꾸로 심어진 나무
세계는 역류하고
나무는
죽을힘으로 하늘을 붙잡은 뿌리에
잎을 우거지게 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은
저승의 말
잃어버린 목소리
아픔이
시간의 파편처럼 빛나
사람의 눈을 치유하는 것은
어인 일인가
나무에 매달린
거꾸로 선 '도시'의
황혼
계속 죽어 가는 자의 비유가 되어
그림자의 씨앗이 튀어
일제히 날아간다
겨울의 시든 나무 앞에 서면
사람은 알몸의 도시를
읽을 수 있다
땅에 숨겨져야 할
생명의 가랑이에 손가락을 넣으면
나무는
땅 밑바닥 가득 잎을
우거지게 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우듬지를
사람이 마음에 그려 넣는다면
* 일천구백구십오년, 몇십년만의 폭염이라는 히로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도시를 들어섰을 때 왠지 낙진의 잔재들이 몸에 묻을 것만 같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폭염탓이었을까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다른 가로수들 하며 낯선 도시,그 자체였다.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나처럼 낯선 도시에서 살고 있었을 게다.
얼른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히로시마공항에서 뜻밖에 맛있는 음식을 만났다.
오코노미야끼. 우리나라로 치면 빈대떡이다.
천안에도 야우리 오층에 가면 식당가에 오코노미야끼만 파는 가게가 있다.
그런데 히로시마처럼의 맛은 아니다. 한번 더 가고 싶은 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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