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난 건달이 되겠어[장석주]

JOOFEM 2008. 6. 5. 00:32

 

                                                                                                 Leslie Crofford그림    

 

 

 

 

난 건달이 되겠어[장석주]

 

 

 

 

 

나는 너무 오래 일에

미쳐 있었어.

흰 손 흰 얼굴은

노동에 어울리지 않는데.

망상은 줄지 않고

미친 피는 잠들지 않아.

구름 구두를 신고

카페에 나가 에스프레소나 마셔볼까.

카페 통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흘러가는 구름과

한가로운 거리를 내다보며

오후의 한때를 보낼까.

 

줄을 세운 바지를 입고

아가씨를 향해

휘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면

아가씨가 뒤돌아보겠지.

그러면 눈웃음을 치며 아가씨에게

말을 걸어야지.

 

지금 시간이 있느냐고,

나와 함께

춤출 시간이 있느냐고.

 

 

 

 

 

 

 

 

 

 

* 휘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고는 싶지만

불 줄 모르니 그럴 수도 없고

불 줄 안다해도 용기가 없어 입만 오무릴 텐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건달이 되고 싶어서

불량소년처럼 굴어본다.

눈웃음 치며 말을 걸면 넘어올라나

가슴만 콩콩 뛰는데

가만 대고 있는 귓가에 뛰는 가슴이 전해질 것만 같아

얼굴이 빨개진다.

나, 불량소년 맞아.

나, 건달이 된 거 맞아.

바람만 춤을 추고 물소리만 신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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