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사막의 여우[김혜원]

JOOFEM 2008. 6. 7. 19:51

 

 

 

 

 

 

 

 

 

 

 

 

사막의 여우[김혜원]

 

 

 

 

아기의 얼굴을 볼 때가 아니고는

너를 위한 일이 아니고는

꺾을 수 없는 무릎과

갈라져 비빌 수 없게 된 손은 이제

고질이 되었다

연극 같은 사람살이에

휘어진 발의 뼈를 깎고 박은 철심이

어긋나는 걸음을 가시처럼 찌른다

끊어질 듯 이어진 심줄이

얼기설기 몸을 엮는다

내 것도 아닌 것이 흔들리는 몸을 지탱해 준

그해 겨울은 따뜻했다.

그래도 봄이 오면

온몸에 번지는 그리움으로

길을 떠나야 한다

사막의 여우처럼 외로우면

어딘가에 있을

고개 숙여 만나야 할 사람이 그립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무지개다리,목월문학포럼엮음,국학자료원

 

 

 

 

 

 

 

 

 

* 본질적으로 외로운 게 인간인데

그래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발은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막으려고 털로 덮게 하고

귀는 온 몸의 열기를 식히려고 최대한 쫑긋 세워

사막여우처럼 변신하고

그러고도 외로우니 어딘가에서 만나야만 할,

고개 숙이고 감사해야 할 사람을 그리워 하는 법이다.

그래도 내 맘속에 만나고픈 마음을 갖게 해준 것만 해도

감사하고 감사하다.

 

내 맘속에 그리운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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