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히키코모리[허은희]

JOOFEM 2008. 7. 26. 10:20

 

 

 

 

 

*히키코모리[허은희]

 

 

 

 

나의 살던 고향은 배고프지 않아도 먹어주어야 하고 꼴 보기 싫어도 만나주어야 하고 울면서 웃어주어야 하는 가끔씩 거짓눈물도 공손히 떨굴 줄 알아야 하는, 내가 해야 할일은 나처럼 생긴 것들이 하는 대로 흉내내기 진지한 말투에 고상한 몸동작까지 익히며 순한 양처럼 무리 속에 스며드는 일이었지 눈치 보는 일에는 도가 텄고 알아서 기어야 할 순간엔 몸이 먼저 낮은 포복을 하지 흐흐 뒤돌아서 여우의 눈물을 짜낼 줄도 알게 되고 둔기 없이 남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건 주특기가 돼버렸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훔치는 게 장땡이야 내 여자 남의 남자도 없어 하긴 사람이 태초부터 누구의 것은 아니었지 너무하다고? 그럼 당신은 누구 것이야? 순진하기는 기다려봐 곧 이 판에 길들여질 테니 낄낄 저것들 봐 이젠 나를 흉내 내는 무리가 생겼군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어! 그럼 이만

나는 나를 선호하죠 노골적인 나에게 노골적으로 프로포즈를 해요
늦어서 미안해요 당신 목소리 못 들은 척 고개 돌리던 내가 겁쟁이였어요 냄새나는 당신 괜찮아요 가까이 와요 이불 속에 들끓는 바퀴벌레 같이 길러요 곰팡이 핀 저 빵에선 고소한 냄새가 나는군요 두리번거리지 말아요 아무도 없어요 소심한 당신 무뚝뚝한 당신 대책 없는 당신 울보당신 고집불통 당신 어린애 당신 얼굴 없는 당신 벙어리 당신 그림자 수상한 당신

손으로 발로 혀로 입술로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로 내 혈관 속 세포까지 샅샅이 수색하는 당신 염탐꾼 당신 킁킁 냄새를 맡으며 간을 보는 당신 쿡쿡 찔러보며 확인하는 당신 이제 내 숨소리가 보이나요 그럼 슬슬 느껴볼까요?

교미중
두드리지마시오

 

*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안에 혼자 틀어박혀 사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


                                                                  (현대시 2006년 7월호)

 

 

 

*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은 것이어서 인터넷의 세상에도 도덕은 있는 법이다.

예의, 예절은 온라인이라고 하여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을 들여다 보면 인터넷에서 도덕적이지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그 도가 지나쳐서 정치를 좌지우지해서 국회나 대통령을 바보 내지는 핫바지로 만들고

연예인은 아예 똥통으로 빠뜨려 매장시키기까지 한다.

소위 악플이라는 것을 통해 자연발생적인 육두문자를  마구 생산해 내어 욕설 천지인 세상을 만들어버린다.

히키코모리가 많을수록 인터넷의 폐단은 더 커진다.

설사 사회에서 격리되어 산다 해도 기본적인 도덕은 갖추고 살아야 한다. 인터넷도 하나의 사회인 까닭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히키코모리의 악플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있다는 거다.

근거없는 악플을 진실로 여기는 모자라는 인간들이 없기를 바란다.

나훈아이야기가 소문으로 떠돌 땐 마치 그게 진실인 양 모방송국에서 시간을 할애했고

미친소이야기가 떠돌 때에도 모방송국에서는 사실인 양 긴 시간을 할애했다.

개연성을 알리는 건 좋지만 억지로 조작까지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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