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입[고영민]

JOOFEM 2009. 4. 30. 22:22

 

 

 

 

 

 

 

입[고영민]

 

 

 

 

 

경주 남산을 오르다보니

산기슭에 목 없는 석불 하나가

오도카니,

가부좌를 틀고 있다

 

한 손은 무릎 위,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하늘로 하여 가슴 아래께에 놓여 있는데

누가 장난으로

그 위에 빨간 방울토마토 하나를 올려놓았다

저걸 어떻게 먹으란 말인가

석불은 입이 없어

마냥 들고만 있다

 

입이 생길 때까지,

입이 생길 때까지,

 

 

 

 

 

 

 

* 고영민시인은 좀 짓궂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하다.

목없는 석불이 입이 없어 방울토마토를 마냥 들고만 있다거나

입이 생길리 없는데도 입이 생길 때까지,라니......

모르겠다. 그 새 누군가 석불의 옆구리를 뚫어 입 하나를 만들어 주었을지도.

그 누군가가 고영민시인일 것 같다.

경주에서 사년을 살았어도 목없는 석불이 뭐 먹는 걸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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