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광
순간[허만하]
고원이
번쩍 번득이는 순간이 있다
풀잎이 일제히 뒤집어지기 직전.
바다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다가 남몰래 자기 몸을 씻는 때다
씻을수록 명징해지는 푸른 물빛.
* 하루 하루는 수많은 순간을 만나며 산다.
무시해도 될 순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할 순간,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 나를 드러내는 순간 등등
투우사가 성난 소의 정수리를 칼로 내려찌르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진실의 순간을 맞는다.
누군가 차 한잔 하시죠,라고 작업을 걸면 네와 아니오 중에서 답을 주어야 하고 그게 운명을 가르게 된다.
누군가 예수를 믿으시오,라고 전도하면 네와 아니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아무 순간이나 진실의 순간은 아니다.
보이스피싱으로 통장에 돈 넣으시오,라고 하는데 네,라고 대답하는 것은 진실의 순간이 아니다.
번쩍 번득이는 그 순간이 나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것이어야만 진실의 순간인 거다.
평생 몇번이나 진실의 순간을 맞을까.
수많은 순간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그 진실의 순간에 정말 빛을 발하는 '참된 나'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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