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정한아]

JOOFEM 2009. 11. 29. 20:48

 

                                                                                             

Lord Frederock Leighton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정한아]

 

 

 

 

  우리는 때로 사람이 아냐

  시각을 모르고 위도와 경도를 모르고

  입을 맞추고 눈거풀을 핧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이전의 것은 전혀 사랑이 아냐

  아니, 모든 사랑은 언제나 처음

  하루와 천 년을 헛갈리며 천국과 지옥 사이 달랑달랑 매달린

  재투성이 심장은 여러 번 굴렀지 

 

  우리 심장은 생명나무와 잡종 교배한 슈퍼 선악과

  질문의 수액은 여지없이 떨어져 자꾸만 바닥을 녹여 가령,

  우리는 몇 시입니까?

  우리는 어디입니까?

  우리는 부끄럽습니까?

 

  외로워 죽거나 지겨워 죽거나

  지금 에덴에는 뱀과 하나님뿐

  그 외 나머지인 우리는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핧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재투성이 심장으로 탁구라도 치면서 위대한 죄나 지을 수 밖에

  뱀마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과 연애한다는데

 

 

 

 

 

 

 

 

*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죄를 짓는 일 뿐이다.

선악과를 따먹은 우리 조상을 탓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은 뱀과 연애하다가

하늘나라 여론때문에 에덴을 창조하여

몰래 남녀를 살게 하고 너희들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아라, 했다.

사탄은 귀신과 같아서 어느 틈에 세상에 내려와 선악과를 따먹으라 유혹했고

결국 세상은 하늘나라와 똑같아지게 되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결국 인간은 죄를 짓는 일을 하며 살게 되었다.

아직도 하늘나라에는 천사들 틈에 사탄이 우글우글하단다.

우리의 조상이 천사로 살았던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돌아갈 본향에 머리를 두고

우리가 천사였음을 믿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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