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펭귄[최준]
빙산이 녹아내려도 펭귄들은 죽지 않는다
날개 단 오토바이가 칼리만탄 밀림으로 들어가 버려도
거리의 나무들은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바보 펭귄들이 나무의 춤을 다 추고 죽어버려도
늙은 스페이드 킹과 하트 퀸이 지배하는
다이아몬드 프린스와 클로버 프린세스들의 왕국
로열패밀리는 항구에 쌓인 원목더미처럼 건재하다
극지를 상상하지 말고 트럼프를 계속하자
마지막 카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망치지 마라 섣불리 오토바이에 올라타지 마라
바퀴들의 길 위에선
음악, 음악만 있으면 콜라와 애인이 없어도
녹아내리는 가슴에 빙산이 쪼개져 가라앉아도
멈춰선 안 된다
작년에도 펭귄들은 뒤뚱뒤뚱
어두운 골목에서 밤마다 걸어나왔지
죽지도 않는 늙은 유령처럼
건기가 끝나면
우기가 올테지
*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이다.
인도네시아 하면 둥근 케잌처럼 생긴 모자를 쓴 수하르토가 생각난다.
목재부터 시작해서 자원이 풍부하고 섬도 많은 나라.
한 때는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아닌 나라.
이슬람을 믿는 나라로 민족성은 착한 나라.
대개 적도 근방의 나라들은 맛있는 커피가 나게 마련인데 동남아시아는 약간 품질이 떨어져서 인도네시아 커피도 쫌 그렇다.
일천구백칠십년, 내가 초딩일 때 한국과 축구를 했는데 그 때 인도네시아 골키퍼가 이름이 주도,였다.
왜 기억하냐면 칠대 빵으로 졌는데 대략 오십여개의 슈팅을 다 막아내고 일곱골만 먹었기 때문이다.
오십여개의 슈팅을 막아내는 모습은 참 대단했다.ㅎㅎ
전에 이란에 출장갈 때 비행기에 인도네시아 처녀들이 하나 가득 탔던 게 생각난다.
가난한 그들은 이란으로 가서 식모살이를 한다고 하였다.
이란도 가난하던데 아마 더 가난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에서는 벌거벗고 호야야 호야야 춤추며 사는 펭귄같은 족속들이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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