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최준]
삐에로처럼
엉덩이에 빨간 풍선을 매단 우편배달부는
구름을 타고 오네 망고주스를 마시며
어제의 캐롤을 부르며
인도양 쪽으로 달려가네 늙은 산타크로스가
루돌프를 빌려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그 노인의 수염이 사실은 구름이라고,
속지 말라고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며
전갈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곰을 쫓아
별들의 계곡을 건너뛸 때
아주 지겨운 우편배달부의 노래
다시 들리네 반 년의 외유를
그 소멸의 부활을
마음의 섬유 공장 문닫고
밀린 마지막 월세를 내고
염소 바비큐의 지겨운 굿판을 이제 떠나려네
* 12월은 꽉 찬 달이라서 더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그러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떠나보내야할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밀린 마음의 빚들도 다 청산하고
옛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여야 한다.
이른바, 송구영신이라는 것.
한해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겹다는 표현은 아마 일년내내 파업이 반복되었다는 것이 될 게다.
이제 보름정도 남은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며
지겨운 미국회사를 보내려 한다.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보고하고 영어로 이메일 주고받고 정말 지겨웠다.
보름뒤에 영어는 다 잊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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