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12월[최준]

JOOFEM 2009. 12. 15. 21:18

 

 

 

 

 

 

12월[최준]

 

 

 

 

삐에로처럼

엉덩이에 빨간 풍선을 매단 우편배달부는

구름을 타고 오네 망고주스를 마시며

어제의 캐롤을 부르며

인도양 쪽으로 달려가네 늙은 산타크로스가

루돌프를 빌려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그 노인의 수염이 사실은 구름이라고,

속지 말라고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며

전갈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곰을 쫓아

별들의 계곡을 건너뛸 때

아주 지겨운 우편배달부의 노래

다시 들리네 반 년의 외유를

그 소멸의 부활을

마음의 섬유 공장 문닫고

밀린 마지막 월세를 내고

염소 바비큐의 지겨운 굿판을 이제 떠나려네

 

 

 

 

 

 

 

* 12월은 꽉 찬 달이라서 더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그러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떠나보내야할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밀린 마음의 빚들도 다 청산하고

옛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여야 한다.

이른바, 송구영신이라는 것.

한해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겹다는 표현은 아마 일년내내 파업이 반복되었다는 것이 될 게다.

이제 보름정도 남은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며

지겨운 미국회사를 보내려 한다.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보고하고 영어로 이메일 주고받고 정말 지겨웠다.

보름뒤에 영어는 다 잊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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