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남자[이정록]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끊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는 삼베 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 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둥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이게 모자(母子)다 싶었는데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긴다
어색할 땐 호통이 제일이라, 아버지한테 배운 대로 헛기침 놓는다
"엄니, 저한티 남자를 느껴유? 워째 자꾸 엉치를 뺀대유?"
"미친 놈, 남정네는 무슨?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 겨"
자개농 쪽으로 팔베개 당겼다 놓았다 썰물 키질소리
"가상키는 허다만, 큰애 니가 암만 힘써도
아버지 자리는 어림도 읎어야"
신파연명조로 온통 풀벌레 운다
* 아무래도 엄마의 사랑은 아들이고 아빠의 사랑은 딸일 것 같다.
큰 애와 막내는 우유 먹이고 재울 때 블루스 추듯 스텝을 밟으며 자장가를 불렀다.
자장가라야 동그라미 아니면 메기의 추억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자장가를 부르며 이 놈들을 언제 키워서 블루스를 추나 했는데
어느덧 큰애는 스물셋이나 되었고 막내는 고일이다.
큰애는 남친이 있으니 아빠한테는 어림도 없겠지만 막내는 아직도 아빠품에 파고든다.
아들은 아침에 이학기만 마치고 군대 간다고 선언을 한다.
알오티씨 안할래, 꼬득여도 갔다와서 공부를 하겠단다.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듯이 이제 하나둘씩 품을 떠날 모양이다.
내 품에도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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