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바닷가에서 피어난 민들레
민들레 약밭[이인자]
민들레 꽃밭 다섯 평
봄볕 가장 잘 드는
고추밭을 갈아엎고 만든 밭
잎사귀도 뿌리도 암에 좋다기에
흰 민들레, 노란 민들레 산 들녘을 캐고
또 캐며 옮겨 심은 민들레 꽃밭
아니 약밭
엄마 힘들어, 배추도, 고추도 심지 마
민들레처럼 착하기만 했던 딸
남편 대신, 동무 대신이었던 큰딸
아직 오십넷, 몸이 고된 줄은 알았어도
똥구멍이 다 썩어가는 줄은 몰랐네
잡풀인 줄 알았던 꽃이,
귀한 약풀인 줄 몰랐던 것처럼
민들레야, 내년엔 더 퍼지고 퍼져
감자밭에도 퍼져 피어나거라
먹어 나을 수만 있다면
내 밭 전부를 내어줄 테니
우리 딸 몸에 퍼지는 잡풀 같은 암덩어리
이 낫으로 밑둥까지 싹 도려줄 테니
* 작년에 우연히 어느 식당에서 민들레무침을 먹은 적이 있었다.
쌉싸름한 게 영 입맛을 돋구는데다 맛이 기가 막힌 거다.
그러더니 이젠 식당마다 이 민들레무침을 잘 내놓는다.
게다가 단양에서 보내온 민들레 장아찌 덕분에 제대로 된 민들레를 먹게 되었다.
지천으로 깔린 게 민들레이고 봄 여름 가을동안 쉴 새없이 종족보존을 해대는 생명력있는 풀이다.
노란 민들레 속에 듬성듬성 흰 민들레도 보인다.
퍼지는 데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데 거의 암세포 퍼지듯 하는 모양이다.
암이 이길지 민들레가 이길지는 길고 짧은 걸 대보아야 알 수 있을 게다.
아, 민들레무침 민들레 장아찌에 밥먹고 싶다.
** 보너스
민들레는 맛이 조금 쓰고 달며 약성은 차다. 독이 없으며 간, 위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젖이 잘 나오게 하며,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또한 민들레는 맛이 짜다. 그런 까닭에 병충해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고 생명력이 몹시 강하여 도시의 시멘트 벽 틈에서도 잘 자란다. 맛이 짠 식물은 어느 것이나 뛰어난 약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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