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id Dream 116x89cm 2008 by : Xi Pan
시베리아님의 블로그에서 업어온 그림. 여사모회원들이 좋아할......
광양 여자 1[ 이대흠]
청보리 팰 때는 청보리처럼 푸르게 웃음 짓던 여자
빈 들 보리밭 가 점심 굶고 걸어도 마냥 나를 배부르게 하였던 여자
쓸쓸함이 산수유 꽃그늘 같아서 열에 들뜬 내 머리를 가만히 다스려주고
쉬운 분노와 잦은 뉘우침을 반복하던 나에게 가시몸 속 탱자꽃을 보여주
던 여자
내 오래 절망했을 때 치약처럼 상큼한 냄새로 제 몸이 걸레되어
더께 낀 내 속을 찬찬히 닦아주던 여자 내가 아플 때면
메꽃잎 같은 손으로 상처의 뿌리를 매만져주던 여자 눈동자가
초꼬지불 같아서 어둠속을 초롱초롱 빛내던 여자 그 눈동자에
눈부처로 있는 게 즐거워 오래도록 눈 마주 보았던 여자
불경 같은 여자 연꽃 같은 여자 숯불 같은 여자 차심 같은 여자
짐승 같은 여자
마른 낙엽 밑 돌멩이처럼 감추어진 여자 잔바람에도 쉬 드러나 찢긴 내
맨살을 아리게 하는 여자 덖은 찻잎에 숨은 그늘처럼 오래도록 감추어져
있다가 맑은 찻물로 우려지곤 하는 여자 내 오래 사랑하였고 한번도 미워
한 적 없었던 여자 너무 깊이 사랑했으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여자 모두에게 버림받고 아파 울더라도 곁에 두고 싶었던 여자 몸 영
못 가누게 되어 기저귀 차고 지내게 되면 내 손수 기저귀 갈아주고 고운
노래 불러주고 싶었던 여자 내 숨막힌 세월 숨통 터주고 제 아픔 하나도
나누어주지 않았던
나쁜 그 여자, 생각하면 목련길이 떠올라서 세상의 모든 밤을 봄밤으로
만드는 여자 꽃에 허기진 나를 밤 깊도록 잠 못 이루게 하고 검게 바랜
목련 꽃잎에 눈물 떨구게 하는 여자
과냥과냥 불러보면 어느 날 문득
자응자응 대답할 그 여자
* 초꼬지불은 호롱불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그러고 보면 과냥과냥,이나 자응자응,도 전라도 어느 지역의 사투리가 아닐까 추정된다.
그냥 불러보면 무덤덤하게 대답을 한다는건지......
아뭏든 시인의, 광양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진짜 사랑같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광양여자,하니까 광양에서 맛본 광양불고기가 생각나고
마치 광양여자가 그 불고기처럼 부드럽고 순하고 달큰하고 그래서 사랑스러울 것만 같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광양여자지만 불고기로 떠올리는 여자,
짐승처럼 순한 눈망울로 눈물 떨구며 봄밤을 지새게 할 여자......
누가 과냥과냥,과 자응자응,을 알거든 알려주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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