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꽃이 피었다[홍정순]

JOOFEM 2010. 6. 12. 11:22

 

                                                                        일명 병선꽃이라 불리우는 에니시다

 

 

 

 

 

 

  꽃이 피었다[홍정순]

 

 

 

 

   마른 이끼 긁어내고 돌을 골라내

   철물점 뒤란 담장 아래 꽃밭을 만들었다

   회양목 두어 그루 멋대로 자란 그곳에

   밤이면 취객들 오줌이나 받던 그곳에

   약초 가게 두엄터가 되어버린 그곳에

   철물점과 대강농협의 경계가 되는 그곳에

   꽃이 피었다 후미진 그늘

   세상 뒤꼍 담장에서

   와이어메쉬를 타고 오르는 더덕 줄기, 그 냄새

 

   친정에서 캐다 심은 불두화는 바람 든 이끼 더미에 말라 죽고, 면사무소에서

분양받은 칸나는 오줌물에 익사하고, 선물로 받은 영산홍은 화분 모양만 남긴 채

누군가 뽑아가고,

 

   한창인 꽃밭,

   하지夏至를 피워낸다

 

 

 

 

 

 

* 작은 동네에서 동네사람들이 한 그루씩 갖다심은 나무며 꽃들이

후미진 뒤꼍 담장밑에 꽃밭을 이루었다.

꽃이 피기까지는 또 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적당한 햇볕과 물과 바람의 소통이 있어야 꽃은 댓가를 지불한다.

지금쯤 사랑 많이 받은 넘들은 푸른 잎들이 싱싱하고 몇은 꽃을 피웠겠다.

주페나무인 홍자단은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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