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페가 좋아하는 그림. 달리의 그림이다.
뒷모습뿐인 사랑 [장승진]
사랑은 언제나 한발짝 앞에 있다
길을 걷다 뛰어가도 차를 몰고 달려가도
내 손끝은 그녀의 등 근처에서 끝난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본 여자는 소금기둥이 된다
앞에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진실이
발꿈치의 아킬레스건을 자극하고
장거리를 달릴 연료가 되어준다
뒷모습만 보고도 마음이 움직인다면
사랑하기 위해 앞모습을 알 필요는 없다
그녀가 뒤를 돌아 환하게 웃는 순간
향수는 박살나고 느낌은 증발한다
추억이란 그런 식으로 깨진
향수와 느낌의 잔해일 뿐이다
*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했던 여친이 있을 게다.
나에게는 대학 이학년때부터 삼학년때까지 교제한 여친이 있었다.
이년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참 열심히 교제를 하였다.
물론 편지만 주고받은 건 아니고 가끔은 만나서 차도 마시고 고궁을 산책하기도 하였다.
무엇이 시들해졌는지 사학년이 되면서 헤어졌다.
그야말로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고 플라토닉하게 사랑했던 그녀.
어쩌면 지금까지 뒷모습만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서 그녀의 명문장으로 된 수백통의 편지를 불살랐고
나의 졸문 같은 편지들도 그녀의 손에 불살라졌을 게다.
이제는 종로 한 복판에서 마주쳐도 전혀 그녀를 기억할 수 없다.
그녀 또한 나를 기억하진 못할 거다.
다행히 뒷모습만 기억이 나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앞모습을 알게 된다면 향수와 추억은 박살날 게 틀림없으니까.
혹시라도 앞모습을 기억하는 친구가 있더라도 아는 척 하기 없기, 태클 걸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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