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철이른 낙엽이 곁에 와주면 참 고마왔는데
철이 간다고 하니까 낙엽들이 '저요, 저요' 난리 부르스를 추며 쌓인다.
입술이 바짝 마른 억새는 병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쌓이는 낙엽들은 마지막으로 붙잡아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다.(아우, 시끄러워!)
그래서 고맙지 않고 그냥 안쓰러움 뿐이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또 잎사귀가 돋을 것이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눈으로 말해주는,
이 일은 정말 조용한 일이다.
모두가 저녁에 일어나는 일이라 더 쓸쓸하고 더 짠하다.
우리, 다음이 있다고 꼭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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