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조용한 일 [김사인]

JOOFEM 2013. 11. 13. 12:49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철이른 낙엽이 곁에 와주면 참 고마왔는데

철이 간다고 하니까 낙엽들이 '저요, 저요' 난리 부르스를 추며 쌓인다.

입술이 바짝 마른 억새는 병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쌓이는 낙엽들은 마지막으로 붙잡아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다.(아우, 시끄러워!)

그래서 고맙지 않고 그냥 안쓰러움 뿐이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또 잎사귀가 돋을 것이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눈으로 말해주는,

이 일은 정말 조용한 일이다.

모두가 저녁에 일어나는 일이라 더 쓸쓸하고 더 짠하다.

우리, 다음이 있다고 꼭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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