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물곰국이 있는 테라코타 [권현형]

JOOFEM 2013. 11. 21. 08:30

 

 

 

 

 

 

 

물곰국이 있는 테라코타 [권현형]

 

 

 

 

오래전 너는 내 고향 부둣가에서

먹은 물곰국이 시원하더라고 했지

철사로 만든 테라코타처럼 앙상한 네겐

도치보다 곰치가 낫겠다

심퉁이보다 물곰이 낫겠다

 

옆 테이블의 살집 깊어 보이는

남자들이 왜 곰치를 시켰는데

도치를 주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밤마다 서울 후미진 골목을 떠돌다

바닷가 소읍의 심장까지 흘러가

허름한 여인숙서 혼자 웅크리고 잠들었을 테지

 

여자랑 함께 잤다고 해도

여자는 양말처럼 가지런히 벗어두고

 

바다의 검은 젖만을 밤새

물었을 독해빠진 네게는

순해빠진 물곰국이 시원했을라나

푹 고아 흐물흐물해진

 

사실은 너,

곰치가 아니라 도치를 시켰던 것은 아니냐

 

 

 

 

 

 

 

 

* 음식점에 가면 갈등을 느끼는 사람이 꽤 있다.

짬뽕을 시킬까 짜장면을 시킬까 갈등하니 짬짜면이 개발될 정도다.

매운탕으로 먹을까 지리로 먹을까......

늘 번뇌를 한다.

도치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곰치를 생각해보면 흐물흐물의 반대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개 입에서 흐물흐물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물곰국을 먹으며 국물만 떠먹었던 기억이 난다.

국물맛이 시원했던 것을 보면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해장국으로 물곰국을 즐겼을 것 같다.

심통 부리는 심퉁이보다 미련곰탱이같은 물곰이 훨씬 나았을 게다.

언제 동해안을 갈 기회가 되면 도치와 곰치를 놓고 번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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