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때때수 [전윤호]

JOOFEM 2018. 12. 31. 13:50







때때수 [전윤호]






도원읍으로 가는 길이

망설여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암자 하나가 있다

차를 멈추고 계곡으로 한참 걸어가야 하는 곳

마른 개천을 따라가면

절벽이 나오는 곳

살면서 베어온 참나무들이 서 있는 곳

눈 감고 기다리면

마른 하늘에서 물벼락이 쏟아진다

느닷없이 쏟아져서

이름도 때때수

온몸을 지워주는 보이지 않는 강

불상 앞의 바닥이 항상 젖어 있는 곳

그곳까지 가서 용서받지 못할 허물은 없다


                     - 순수의 시대, 달아실, 2017







* 지금은 세밑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때때수를 느닷없이 맞아야할 때다.

가만히 앉아서 일년동안을 돌아보며 잘한 것, 못한 것, 용서받을 것 등등을 돌아보며

새해에는 좀더 순수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야지 생각하는 때다.

오늘밤은 송구영신의 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영혼의 평안을 누리고 때때수로 젖은 몸을 닦는 그런 시간을 보내자.

감사했던 모든 이들을 위해 감사의 기도

잘 살아냈던 나에게도 감사의 기도

오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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