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의 애정리에 가면 소박한 밥상,이라는 밥집이 있다. 조렇게 나온다. 싹싹 비우고 나오게 된다.
메밀국수 - 철원에서 보내는 편지 [박준]
분지의 여름밤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밤이 되어도 화
기火氣가 가시지 않을 것 같아 저녁밥을 안치는 대신 메
밀국수를 사 먹고 돌아왔습니다
동송으로 가면 삼십 년 된 막국숫집이 있고 갈말로 가
면 육십 년 된 막국숫집이 있는데 저는 이 시차를 생각하
며 혼자 즐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말한 제 아버
지는 사십 년 동안 술을 드셨고 저는 이십 년 동안 마셨
습니다
돌아오는 길, 문밖으로 나와 연신 부채질을 하던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에게 저녁을 먹었는지 물었습니다
국수를 먹었다고 대답하기도 했고 몇 분에게는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주인집 어른께는 입맛이 없어 걸렀
다고 답했다가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말에 큰비가 온다고 하니 이곳 사람들은 그 전까지
배추 파종을 마칠 것입니다 겨울이면 그 흰 배추로 만두
소를 만들 것이고요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은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입을 조금 벌리고 턱을 길게 밀고 사람을 기다리
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더 오래여도 좋다는 듯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말입니다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8
* 세대 차이라는 것이 있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갓 생겼을 때도 어른들은 "요즘 것들은..."이라고
혀를 찼다고 하니 그느므 세대차이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실은 환경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고
그때 그때 환경때문에 시차가 느껴지는 것이다.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거지, 라는 말은 지금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게다.
나이가 좀더 들면 , 바꾸어 말하면 숙성을 거꾸로 한 성숙이 되면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그대로 세습해서 말할 게다.
예순을 앞둔 내가 서른을 앞둔 아들보다 두배를 살아왔지만
아들이 내게 묻는 것은 세대와 관계없는 질문이고
내가 아들에게 묻는 것은 환경과 관계있는 질문이다.
- 얘, 리모컨이 말을 안 듣는다
- 얘, 스마트폰의 이 기능은 뭐니?
내가 묻는 것들은 다 전자기기의 기능에 관한 것들이다.
아들은 내게 느린 것들을 묻고
나는 아들에게 늘 빠른 것들을 묻는다.
아하, 요게 세대차이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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