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자네 집 [이상국]
어느 날 한 여자 속으로 들어가
일생을 나오지 못했네
복사꽃 피는 시절에 만나
낙목한천에도 떠나지 못했네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 돌아오는데
음식과 노래는 나그네를 머물게 하네*
모든 여자는 숲이나 강처럼
거두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지만
나는 컴컴한 그곳에 쥔을 든지 오래,
때로는 검은 비가 강을 건너오는 저녁
마구간에 건초를 넣어주고
여자와 트로트를 듣기도 하네
어느 날 여자 속으로
살아서 들어갔다가
죽어서도 못 나오네
나는 여자에게서 왔으므로 여자가 고향이네
* 노자 『도덕경』 제35장
-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창비, 2025
*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인류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왔건만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었다니
이런 허술한 설화가 또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남자들이 기억을 상실해서 허튼 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성인이 되어서 여자가 아이를 낳는 걸 많이 보았음직 한데
갈비뼈론을 수긍하는 건 무슨 심뽀인가.
누가 뭐래도 우리는 고향이 여자였음을 진리로 알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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