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너에게 [이상국]

JOOFEM 2026. 1. 31. 11:02

 

 

 

 

 

너에게 [이상국]

 

 

 

 

나는 패배도 없이 살았다

그렇지만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나무 속의 이파리처럼, 일생의 실연처럼

너는 내 안의 무엇이었다

 

너는 때로 구름처럼 다정했으나

나무들이 침묵하고 비가 지나가는 동안

사랑은 어떻게 왔다 갔으며

저녁이 오고 밤이 가는 데까지

너 때문에 얼마나 오래 걸었던지

 

산다는 건 누구나 제게서 멀어져 가는 일

자고 나면 새들은 무슨 소식을 전해 오는지

비애는 어떻게 강을 건너왔으며

바람이 무엇을 쓰고 가는지

너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너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생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쓰고도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창비, 2025

 

 

 

 

 

 

* 뭣이 중한디!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산다.

별것도 아닌데 화를 내기도 하고 씩씩거리며 따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뭣이 중한디?'이다.

살면 살수록 많은 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그리고 잊혀지고 한참 후에야 '그랬었지, 그게 뭐라고!'

너와의 관계는 사실 그때는 중했고 지금은 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랬었나?

지금의 삶이 모든 걸 다 알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용서하며 살면 다행이고 용서하지 못한다 해도 그냥 살면 된다.

내 안에 너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축복이다.

축복은 그냥 누리고 살자.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경전 [이대흠]  (0) 2026.03.13
공원의 왕 [문성해]  (0) 2026.02.16
한 여자네 집 [이상국]  (0) 2026.01.19
심해어 [장석주]  (0) 2026.01.11
피자피자 [이유나]  (3)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