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황금찬]
만년필은
내 세 손가락 새에서
정들어 간다.
책상위에 놓았던
만년필을 잡으면
싸늘한 촉감을 뒤로 하며
이어 체온에 동화된다.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을 전하려고 있고
만년필은
내 의사 전달을 위해 있다.
지금 나는
만년필을 잡고 있다.
무엇을 세상에 남길까
하느님의 영광을.
내가 잡은 만년필이
말을 듣지 않는다.
흰 종이 위에
만년필이 그리는 것은
나의 행동이다.
- 시집 '산새'.(1975.조방출판사)에서
* 교회서가에 꽂혀있는 누렇게 바랜 시집 '산새'.
일천구백칠십오년에 발행된 황금찬시인의 시집이다.
삼십년이 흘렀으니 강산이 세번 변했을 법하다.
시집을 들추어 보니 [만년필]이라는 시가 들어 있다.
오우! 만년필.
예전엔 흔히 입학선물이나 생일선물로 만년필을 주고 받았다.
이름만 만년필이지 실제는 십여년정도 사용할 수 있다.
(십년필로 바꾸어 버리면 너무 사무적일까?)
만년필이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라면 만년필이 갖는 의미는
영원히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담았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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