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을 [정호승]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 든
가을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 오랜 세월동안 짓뭉개지고 그래서 못생겨진 발톱을 깎는 동안
거실에서는 아버지의 딸이 잘 다듬고 매니큐어까지 발라
예쁜 발톱을 손질한다.
한 세대가 지나가고 바람조차 단풍이 들어
발톱손질한 딸년이 금방이라도 바람따라 나갈까
심히 걱정되어 애꿎은 발톱만 쥐어뜯고 있다.
쓸쓸한 아버지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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