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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아서밀러]

JOOFEM 2005. 8. 4. 11:42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가  쓴 희곡으로 국내에서도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오화섭 번역의 범우사 발간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읽고 5월을 맞아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줄거리.

주인공 윌리 로먼은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늙어서 정신조차 온전치 못한 예순세 살 된 인물이다. 그에게는 이해심 많고 사려 깊은 아내 린다와,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다. 윌리는 대인 관계의 매력이 사업에서 성공하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신념으로 자신과 가족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강요한다. 둘째 아들 해피는 건달로 지내면서도 윌리를 이해하고 따르려 하지만, 아버지가 출장중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비프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 이후 도벽이 생기는 등 불량하게 변하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희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돌던 비프가 돌아오면서 모든 식구들은 새롭게 출발하려고 마음먹고, 서로를 격려하고 꿈에 부푼다. 그렇지만 외판 업무를 그만두고 정식 사원 자리를 부탁하러 간 윌리는 36년간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당하고, 돈을 빌려 운동구점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던 비프도 꿈을 이루지 못한다. 비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윌리는, 파멸의 원인이 모두 자기의 잘못된 신념에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자 비프에게 생명 보험금을 남겨 놓겠다는 생각에서 자동차를 과속으로 달려 자살하고 만다.

 그의 장례식 날 아내 린다는 집의 할부금 불입도 끝나고 모든 것이 해결된 지금, 이 집에는 아무도 살 사람이 없다고 그의 무덤을 향해 울부짖으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감상.

  다시 말해서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의 현상,특히 아버지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산업 사회의 비정함을 폭로한 사회극으로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미국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응시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의 한 전형이다. 세일즈맨의 불행한 정신 편력과 죽음은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는 현대인, 또 가족중에서 아버지의 비극을 압축하고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인 윌리는 물질적 성공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짓는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이미 판매망이 대량 생산과 직매 체제로 바뀐 마당에 방문 판매원이 설 자리는 없어졌다. 결국 난관에 빠져 방황하던 윌리는 자신의 기대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의 문제]로 고민하다 그 해결책을 죽음에서 찾는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그의 죽음은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헌신으로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일평생을 빚 갚는 일에만 집착하다가 빚이 다 청산된 시점에 인생을 마감하는 윌리의 모습은 이 연극이 보여 주는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이다. '자동차'를 팔던 세일즈맨이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판 것이다.

 

이해.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로 일관하며 남편을 지키는 아내 린다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뭐 너희 아버질 위대한 분이라고 하는 건 아니다. 읠리 로먼은 돈도 많이 벌지 못했고 이름이 신문에 난 적도 없지. 아버진 유달리 뛰어난 분은 아니지만 역시 인간이다.  그래, 아버지가 늙은 개처럼 무덤 속에 묻혀야 옳단 말이냐? 안 될 소리다."

린다의 말처럼 아버지의 존재는 [나]라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개]처럼 희생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세태이다.

요즘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은어표현이 [껍데기]였다.

양파처럼 껍데기를 벗기고 또 벗길 수 있는 것. 혹은 나무의 그것처럼 모진 풍파를 견디어 내고 상처뿐이다가 나중에는 벗기어버려지는 일종의 소모품 같은 것. 분명히 필요한 것은 알지만 없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

시인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라며 아버지세대의 공로를 폄하하고 소모품 버리듯 버리기까지 한다. 물론 권위주의시대였던 과거에는 제발 가라고 외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가버린,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아버지의 위상은 더 이상 땅 속에 묻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5월은 가정의달이고 어버이날, 어린이날등이 있다. 예전에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날이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소외계층이었는데 그나마 어머니날에 슬쩍 끼워 주어서 언제부턴가 카네이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5월은 온 세상이 초록색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킨다. 아버지는 자식이 잘 되기를 목숨까지  팔아서라도 소망하며 그 뒷모습이 그래서 쓸쓸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나]를 찿을 수 있도록 가족들이 지켜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