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JOOFEM 2005. 8. 4. 11:43

(...)내가 사랑하는 풀이 되고자 나를 낮추어 흙으로 갑니다.

나를 다시 원한다면 당신의 구두창 밑에서 찾으십시오(...)

한곳에 내가 없으면 다른 곳을 찾으십시오.

나는 어딘가 멈추어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월트 휘트먼]

 

이 시는 2005년 5월 30일 조선일보에 실린 영미시 산책의 나의 노래란 시이다. 그동안 장영희교수가 연재했던 코너로 이 시를 마지막으로 이 코너는 없어지게 되었다.

장영희교수는 생후 1년만에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은 1급장애인이다. 영문학자였던 부친 장왕록박사의 뒤를 이어 서강대 영문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땄다. 장교수는 지난해 척추암판정을 받아 올 12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투병중에도 강의와 집필을 하고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이 장교수가 쓴 문학에세이집으로 제목은 [문학의 숲을 거닐다]이다.  편편마다 장교수가 강의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문학작품속에서 만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한권의 책으로도 많은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다.

 

서문에 '같이 놀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잠간 들여다 보면 이렇다.

{미국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윈프리는 탐 설리반이라는 시각장애인 사업가와 인터뷰를 인용했다. 설리반은 절망과 자괴감에 빠졌던 자기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말은 단 세 단어였다고 했다.

어렸을 때 혼자 놀고 있는 그에게 옆집 아이가 "같이 놀래?(Want to play?)"라고 물었고, 그 말이야말로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임을 인정해 주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말이었다고 했다. 모든 아이들이, 혹은 사람들이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함께 하나가 되어 같이 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그러므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러한 인간이해는 필수조건이다.}

 

나는 이 "같이 놀래?"라는 말을 "함께 살래?"라는 말로 바꾸어 말하고 싶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작품속의 인물이 되어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어떤 사람이 복을 받는지를 깨닫게 된다.

인간에게는 각기 다른 달란트가 있어 다른 달란트를 통해 세상을 영화롭게 하고 복을 받는다. 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인류문명이 발달하기 전 인간은 사냥을 통해 음식물을 획득하고 사냥에 무리를 지어 참여한 사람만이 그 음식물을 (많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기득권을 가졌으며 장영희교수나 탐 설리반같은 약하고 소외된 사람은 동굴 속에서 벽화를 그리거나 문자를 남기어 예술과 문학을 통해 문명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냥에서 잡아온 음식물을 흥겹게 먹으려면 누군가가 띵까띵까 음악을 연주해야 하고 재밌는 얘기로 웃음바다도 만들어야 하고  족장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대모사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함께 사는 법은 그렇게 발달해 가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게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문학의 숲이란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이 그 자체가 문학인 셈이다.

그런데 문학의 고전이라면 구약성경을 빼놓을 수 없는데 여기에 인간의 모습이 다 실려 있다. 속삭이는 뱀의 모습, 동생을 돌로 죽이는 카인의 모습,지혜를 뽐내는 교만함등등... 지금 현세에도 똑같이 재현되는 모습들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또 문학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다.

 

가끔 우리는 살면서 용기를 잃기도 하고 사랑을 못받기도 하며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때에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여야 하며 그러한 한계상황을 통해 더 나아진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그때 그때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단 한마디의 말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주위에 많이 만들어 가며 살기를 소망한다. 그 한마디의 말이 바로 문학의 숲에서 나는 피톤치드의 향기인 게다. 아니,사랑의 향기인 게다.   주일날 아침, 옆 성도에게 당신은 나의 향기입니다 라고 말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