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백평의 꽃밭[김성옥]

JOOFEM 2005. 8. 4. 12:07
 

백평의 꽃밭 [김성옥]


돌아가 고향 마을의 이장이 될

꿈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


나라 살림 궂은 일 틈에도

어린 시절흰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초가지붕 짚풀을 타고

봄비가 삭혀 떨어지는

낙수의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산자락을 타고 낮게 내려앉는

칠흑의 어두움과도 만났던.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세상의 계산으로는 셈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받은

복에 넘치는 재산이 있다.


지금은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지만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백 평의 꽃밭.


철 따라 채송화,봉숭아,분꽃,나팔꽃이

아무것도 아닌 듯

소리없이 피고는 지는


피어서 뽐내지 않고

지면서 슬퍼하지 않는.

 

 

 

 


* 철 따라 아무것도 아닌 듯 살아내는 꽃들이 있건만

인간은 왜 그리다투고 소리내며 뽐내며 분노하며 살아야 하는지.

야생초들처럼 꽃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워내듯이 조용히 좀 살자.

부러운 백평의 꽃밭 내게도 있다면 야생초조차 뽑아내지 않으리.